늘
그 자리에
한 주의 앞쪽은 "모든 잘못의 원인은 나"라는 한 문장이 후렴처럼 반복되던 자리였다. 그리고 토요일, 아이가 건넨 밥 한 술과 곁에 와준 이들의 걱정스러운 얼굴에서 방향이 바뀌었다. 일요일엔 바다 앞에 앉아 오래 물었다. 나는 왜 힘들 때마다 여기로 오는 걸까.
새벽의 흐름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 그 화가 집 안의 공기를 차례로 흔들었고, 뒤이어 온 것은 침묵이었다. 그 침묵이 질책처럼 들렸다고 적었다. 어디까지가 아이의 잘못이고 어디부터가 나의 인내심 문제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어, 글은 결국 나에게로 돌아왔다. 이날 맨 위에 적어둔 한 줄이 이 주 내내 후렴처럼 반복된다. "모든 잘못의 원인은 나."
후렴이 문장이 되었다. "내 삶이 이런 건 내가 문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 주에서 가장 깊이 내려간 며칠이 여기서 시작됐다. 그 며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여기 옮기지 않는다. 다만 없던 일로 두지도 않는다. 원망까지 닿은 기도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기도가 오래 응답 없이 느껴졌다는 것만 적어둔다.
자책의 방향이 한 번 꺾였다. 내가 힘든 것보다, 그 힘듦이 아이에게 흘러갔다는 사실이 더 아팠다. "아무 힘도 없는 아이에게 다 뒤집어씌워 아이 마음에 못을 박았다"는 문장 안에는 자기혐오와 함께, 아이를 지키려는 마음이 나란히 들어 있다. 가장 어두운 날의 글이 아이 걱정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 이 주의 역설이다.
제목이 「투명인간」이었다. 이 집에서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감각.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은 채 같은 자리에 멈춰 있던 하루였다. 사랑으로 충만하던 자리에 이제 상처만 남았다고 썼다. 이 주에서 가장 짧고, 가장 반복이 많은 글이다.
방향이 바뀐 날. 며칠째 끼니를 거르던 방으로 아이가 자꾸 들어왔다. 자기가 서툴게 만 주먹밥을 젓가락에 끼워 자꾸만 들이밀었다. 왜 주는 건데? 물었더니 "그냥."이라고만 했다. 마지못해 삼킨 따뜻한 밥이 이 주의 첫 문턱이었다. 저녁엔 씻고 머리를 감고 미사에 갔는데, 그날의 입당송이 마침 "하느님, 저를 구하소서"였다. 미사 중에 몸이 무너져 주저앉았고, 자매님 두 분이 곧바로 달려와 부축해 눕혀 주었다. 진심으로 걱정하는 얼굴들이 곁에 있었다. 며칠 만에 어머니와 안부를 주고받은 것도 이날이다.
멀리 가고 싶었다. 고속도로를 제쳐두고 해안 길을 굽이굽이 돌았다. 일광, 칠암, 월내, 서생, 나사, 그리고 간절곶. 파도 소리가 듣고 싶어 창문을 내렸는데 그날 바다가 어찌나 잔잔했는지, 에어컨 소리에 묻혀 끝내 아무 소리도 들려주지 않았다. 대신 물음 하나가 왔다. 바다는 내게 어떤 의미일까. 나는 왜 힘들 때마다 본능처럼 바다를 찾을까.
새벽이 남긴 문장들
"왜? 왜 주는 건데?
— 그냥."
"하느님, 저를 구하소서.
주님, 어서 저를 도우소서.
저의 도움, 저의 구원은 주님이시니."
"고요히 숨 죽인 바다.
하지만 푸르고, 반짝이는 해수면은 아름답기만 했다."
"아무 생각이 없다가도 문득 눈물이 흐르고,
문득 살아 있음에 감사를 느끼는 때에
늘 바다와 함께했다."
"바다를 보고 있노라니
내가 운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했다."
이번 주 결
이번 주의 씨앗
내가 바다에서 구하는 것은
위로가 아니라 변함없음이었다
일요일 간절곶에서 던진 물음이 이 주의 가장 단단한 씨앗이다. 울음이 쏟아질 때에도, 마음이 납덩이처럼 무거운 날에도 나는 본능처럼 바다로 간다. 그런데 그날 바다는 아무 소리도 들려주지 않았다. 위로하는 말 한마디 없이 그냥 거기 있었을 뿐이다. 그게 전부였는데도 마음이 놓였다면, 내가 구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변함없음이었던 셈이다. 파도가 요동을 쳐도 고요를 맞이해도 늘 그 자리에 있는 것. 그 말을 붙들면 짧은 글 한 편이 된다.
하나 더. 이 주에 나를 붙든 두 가지는 모두 말이 아니었다. 젓가락 끝에 끼워 자꾸만 들이밀던 주먹밥 하나와, 주저앉은 나를 곧바로 부축해 준 두 자매님. 설득도 조언도 아니고, 그냥 곁에 있는 것. 내가 늘 "가르치지 않고 함께 쓴다"고 말해온 자리와 이 두 장면이 같은 것을 가리키고 있다.
바다는 파도가 일렁일지언정
언제나 그곳에 있다.
변함없는 자리에 그대로.— 260802 일요일 새벽에